
굿바이, 이지 중대장 윈터스
단 한 번의 눈빛으로 모든 것을 바꾼 순간 만약 전쟁이라는 지옥 속에도 운명의 변곡점이 있다면, 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 5화 교차로(Crossroads)일 겁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단순히 전투 장면의 짜릿함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고뇌와 성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에피소드에서 딕 윈터스 대위가 이지 중대(Easy Company) 지휘관으로서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네덜란드에서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이지 중대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릅니다. 하지만 윈터스 대위는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대대 부지휘관으로 승진했고, 이지 중대 지휘관으로서 수행한 마지막 전투, 일명 교차로 전투(The Crossroads Battle)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드라마는 윈터스가 펜을 들고 고심하는 모습을 교차로 전투 장면과 교차시키며 보여줍니다. 1944년 10월, 네덜란드 니즈메헌 근처의 한 제방 교차로. 윈터스는 소수의 대원만 이끌고 독일군 대규모 병력과 마주하게 됩니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 하지만 윈터스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전술적 천재성을 발휘하여 단숨에 적의 기관총 진지를 무력화시키고, 결국 100명이 넘는 독일군을 격퇴하거나 포로로 잡는 경이로운 전과를 올립니다. 하지만 이 승리 보고서에 윈터스는 쓰지 못한 장면이 있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 눈빛 :한 젊은 영혼을 쏘다.
전투 중, 윈터스는 홀로 한 젊은 독일군 병사와 마주합니다. 총구를 겨눈 채 단 몇 초간 마주친 두려움에 찬 눈빛. 윈터스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그 병사는 쓰러집니다.
이것이 바로 교차로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윈터스 대위의 내면의 갈등입니다. 그는 뛰어난 지휘관이자 전술가이지만, 동시에 살인을 저지른 한 인간이었습니다.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인 적이지만, 너무나도 가까이서 본 그 젊은 병사의 눈빛은 윈터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승진은 영광이었지만, 그 영광 뒤에는 나는 이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이 따릅니다. 파리로 휴가를 떠나 전쟁의 광기에서 잠시 벗어나 보려 하지만, 화려한 파리의 환영 속에서도 그는 그 젊은 독일군 병사의 얼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저는 전쟁이 한 영웅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느끼며 코끝이 찡해집니다.
혹독한 운명의 예고: 바스토뉴로 가는 길
윈터스 대위가 이지 중대 지휘관으로서 마지막으로 세운 전공 덕분에 그는 대대 부지휘관이 되었지만, 이는 이지 중대에게는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지 중대는 새로운 지휘관(무스 헤일거 중위 → 노먼 다이크 대위)을 맞이합니다.
특히 여우굴 노먼이라 불렸던 다이크 대위는 병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이는 곧 다가올 절망적인 전투에서 큰 위협이 됩니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이지 중대는 뿔뿔이 흩어져 휴식을 취하다가 긴급 명령을 받습니다. 독일군의 마지막 대공세,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가 시작된 것입니다.
바스토뉴(Bastogne)로 간다.병사들은 최소한의 장비와 보급품만을 챙긴 채, 영하의 혹한이 몰아치는 벨기에 아르덴 숲으로 행진합니다. 그들이 교대하는 미군은 이미 지치고 공포에 질려 이제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곧 다가올 6화의 지옥 같은 현실을 암시하며 소름을 돋게 만듭니다. 윈터스는 이제 중대가 아닌 대대 본부에서 이들을 지켜봐야 합니다. 5화는 영웅의 승리뿐 아니라 지휘관의 고독, 전쟁의 비인간성, 그리고 더 큰 시련을 향해가는 이지 중대의 안타까운 운명이 교차하는, 시리즈의 진정한 교차로였습니다.
전투장소로서의 교차로 뿐만이 아니라 윈터스 지휘관으로서의 인간적인 교차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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